주신청자가 일을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나갑니다.
와이프의 고된 상황을 직접 묘사하는 것도 너무 미안하고 맘이 힘들어
이번엔 제 일상을 한 번 올려봅니다^^:;
6시 30분에 맞춰 놓은 알람을 의식한 채 잠이 들다 보니 항상 그 시간 이전에 깨어납니다.
30분 동안은 딸 아이의 아침을 준비하고요. 음...보통 전날 저녁에 국을 끓여 놓습니다.
종류는 다양하지 못하다는 게 늘 아쉽지만...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순두부찌개 요 정도?
와이프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어느 정도 안내를 받은 후부터는 그럭저럭 해내고는 있습니다.
밥은 쿠쿠 아이가 물만 맞춰놓으면 35분만에 해주기에 걱정은 덜었고요.
참~6시 45분이면 목욕물을 뜨겁게 받아놓아야 합니다.
와이프가 곧 돌아오면 바로 들어가실 수 있도록...
7시가 되면 아이가 스르륵 일어남과 동시에 와이프도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옵니다.
이 때부터는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우선 아이의 밥상을 차리고 한 그릇 뚝딱 먹는 것을 확인하는 왼쪽 눈과
와이프의 퇴근 후 얼굴의 표정과 기분을 전반적으로 살펴야 하는 오른쪽 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에 좌뇌 우뇌 양뇌의 신경이 집중됩니다.
7시 30분쯤이면 식사를 마친 아이의 옷과 가방을 챙기고
10분 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의 학교이기에 그만큼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골 학교이니 크게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와이프가 목욕을 끝내고 나올 시간이거든요.
몸 전체가 쑤시고 아프기에 반신욕을 포함해서
뜨거운 물에 찜질하듯 푹 들어가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7시 50분쯤 와이프는 침대에 눕습니다.
이 때부터는 본격적인 안마가 시작됩니다.
손, 어깨, 팔 전체를 골고루 지압하듯 안마하고 목 뒷부분은 안마기를 통해 도움을 받습니다.
실제로는 10분 정도 하다보면 이미 잠이 들어버리지만
잠든 후에도 안마는 계속 되고 시원한 연고 로션을 손부터 팔 전체에 골고로 발라서 흡수되도록 합니다.
9시쯤부터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한숨 돌릴까 하지만 아까 아이의 식사 후에 설거지를 못했다는 게 기억이 납니다.
후다닥 하고 나서 다시 냉장고안을 들여다봅니다
. 항상 있어주어야 할 야채들을 체크하고 없거나 곧 바닥을 드러낼 듯 하면 서둘러 장보기를 해야 합니다.
10분 정도 거리의 월마트를 가서 필요한 음식들을 구입해 오고 냉장고를 채웁니다.
왠지 모를 흡족감에 맘이 편해집니다...
10시쯤 되면 두 모녀가 벗어 놓은 옷들을 정리하거나
세탁기 안으로 집어넣고 전원을 켜놓으면 비로소 제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자고 있는 와이프 상태를 살펴보기도 하고 미국에서 받은 각종 빌 용지를 보거나 해석하기도 하고...
참 아이 밥 챙기느라 저는 밥을 못 먹었음이 기억납니다..
남은 밥을 떠서 아이가 남긴 국에 그대로 말아서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배는 부른데 또 하나의 걱정이 밀려옵니다. 와이프가 곧 일어나실 시간이거든요...
11시 밥을 새로 앉힙니다. 어제 한 밥은 남은 건 가급적 제가 먹고 새 밥을 준비하도록 합니다.
일하는 동안은 정말 잘 먹어야 하니 오늘은 돼지고기를 좀 구울까 합니다.
냉동실에 얼려 놓았던 고기를 꺼내어 전자렌지에 1분 정도 돌리고 후라이팬을 준비합니다.
물론 국도 다시 데워야 합니다. 가급적 얼큰한 것이 좋다 하여 김치찌개가 주메뉴입니다.
메뉴가 몇 개 없어서.ㅠ
12시쯤 일어나는 와이프는 바로 밥을 찾습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와이프는 시원한 국과 함께 밥을 먹고는
다시 안마의 시간으로 들어가 1시간 정도 소화 겸 안마를 해 줍니다.
그러고는 다시 침대로 가서 모자란 잠을 청합니다.
1시 30분 다시 설거지를 하고 뒷 정리를 하고 나면 벌써 2시 30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겠네요. 하교시간은 2시 50분이거든요^^:;
서둘러 학교를 가서 대디~~하면서 뛰어 나오는 아이를 안아 줍니다.
이제는 아이도 집에 가면 엄마는 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3시가 되면 저와 함께 근처 공원으로 가서 공도 차고 뛰어 놀거나,
발레,째즈 수업이 있는 날은 라이딩 하여 수업을 가곤 하고요.
5시 반에서 6시 정도가 되면 아이와 함께 집에 들어 오게 되고
그 때쯤이면 와이프도 스르르 일어날 시간입니다~
집에 들어와서는 곧장 엄마를 찾네요^^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러 표현들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루의 시간들 중에 가장 안정감 있는 시간인 것 같아서 감동적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7시가 되었습니다.
차린 반찬은 별로 없네요...소세지볶음, 부추전, 샐러드, 미역국...
그래도 가족이 모두 앉아 있는 소중한 밥상 시간입니다~
크게 웃을 수 있는 힘은 없어도 적응력 짱인 아이 덕분에 와이프도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한테는 고맙고 기특도 합니다.
엄마의 고단함은 그저 저희 부부의 몫이라 생각하고 지내려 합니다~
8시 이제 아이가 자야 할 시간입니다.
학교 과제를 하고 나면 항상 수학 타임을 원하는지라 20분~30분 정도는 꼭 하고 자야 합니다^^:;
이 시간 동안 와이프는 출근 준비를 합니다.
위 아래 내복을 두 벌씩 입고, 츄리닝을 입고, 전기 장판 위에 앉아 벽에 기댄 채 축 늘어져 있습니다.
또 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양손을 탄력 붕대로 감고 손목 보호대를 착용 후 운동용 반장갑까지 착용시킵니다.
실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여기에다 면장갑, 고무장갑, 토시까지 착용 후 작업장에 투입됩니다.
8시 30분이 되면 아이와 함께 침대로 가서 엄마,아빠 사이에 누워 있는 아이를 재우고는 다시 거실로 나옵니다.
9시 집에서 나가기 전까지 30분 정도는 손과 팔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해주며 이런 저런 얘기와 함께 용기를 내라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맘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지만 와이프의 고됨과는 비할 수 없기에 꼭 안아주고 기도합니다.
9시가 되니 출근을 합니다.
9시 30분 공장 도착하여 45분까지 작업복을 착용하고 대기하여야 하고 10시가 되면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와이프가 출근하고 나서 바로 잠자리에 들질 못합니다.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내가 편히 자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제 때 자야 와이프와 아이를 보좌하는 데 피곤함이 없으니 잠을 청해 봅니다~
주부의 전체 생활의 일부를 하고 있을 뿐인데도
참으로 소소한 부분까지도 많은 신경을 쓰는 엄마들의 입장과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익숙해지면 또 이 시간도 좀 더 나아지고 소중한 저희만의 기억으로 자리잡을거라 생각됩니다.
든든한 버팀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모든 비숙련 가족분들 힘내시고요
비단 비숙련만이 아닌 모든 이민 준비하시는 분들의 가정이
모두 화목한 단합으로 좋은 결말을 이루어낼 수 있길 희망하며 응원해 봅니다~
2016년 11월 29일 땡스 기빙에 받은 직원 선물은... 당연히 닭^^:;
와이프가 오늘 퇴근하면서 회사에서 닭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아왔습니다.
작년엔 땡스기빙 전에 줬다는데 올해는 끝나니 주네요 ㅎ
그래도 직원 선물인 셈이니...
뒷 트렁크에 블랙 아그들이 실어다 주더랍니다.
20키로 정도 되는 무게입니다.
박스를 열어보았더니
실제 크다 크다 했지만 닭다리부터 몸통까지 정말 큰 생닭이 들어있네요.
그래도 오븐 한 번 이용해보자 싶어서
한참을 녹였다가 후추가루 좀 뿌리고 적절한 간을 주고 나서는 오븐사용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뭔가 되겠다 싶어서 20분 정도 놔두니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에...
그저 와이프 생각 못하고 순간 군침이 돌았다는..
오븐 첫 작품 하나 사진 투척합니다
다리가 크긴 큽니다^^:;